솔직히 저는 배달 앱이 이렇게까지 외식 생태계 전체를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냉장고 옆에 자석으로 붙여두던 전단지 한 장이 사라지는 게 고작이겠거니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플랫폼 알고리즘이 우리 입맛을 설계하는 시대, 우리는 정말 더 잘 먹고 있는 걸까요.

전단지가 사라진 자리에 알고리즘이 들어섰다
배달의민족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0년, 요기요가 뒤이어 출시된 2012년을 기점으로 국내 배달 주문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전까지의 배달 문화는 GPS(위성항법시스템)도, 실시간 결제 연동도 없이 전단지와 전화 한 통으로 굴러갔습니다. GPS란 인공위성 신호를 이용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로, 배달 앱은 이 GPS 기술을 활용해 '내 주변 음식점'을 거리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을 처음으로 구현했습니다. 아파트 현관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종이 뭉치들이 사라진 건 기술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초기 배달 앱의 경험은 솔직히 꽤 신선했습니다. 전화로 주소를 읊고, 메뉴를 더듬더듬 말하고, 현금을 준비해 두는 그 번거로움이 손가락 몇 번으로 끝나버리는 게 신기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 편리함이 너무 당연해져서, 새벽 1시에 앱을 열고 '재주문 많은 순' 필터를 거는 게 의식처럼 굳어버렸습니다.
배달 음식 시장의 성장 규모는 수치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국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약 2조 7천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는 26조 원 규모로 불어났습니다(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6년 만에 10배에 가까운 성장입니다. 이 숫자를 보면 배달 앱이 단순히 주문 수단을 바꾼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외식 산업을 만들어냈다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성장이 균등하게 나눠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달 앱 내의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건 결국 플랫폼 알고리즘입니다. 알고리즘이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플랫폼이 설계한 자동화된 순위 결정 규칙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 상단에 오르려면 광고비, 즉 '울트라콜'이나 '오픈리스트' 같은 유료 노출 상품에 지속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배달 앱 생태계에서 광고비를 감당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대형 프랜차이즈나 자본력 있는 가게들입니다. 솜씨는 좋지만 마케팅에 서툰 동네 식당은 아무리 맛있어도 화면 아래에 묻힙니다. 이런 구조에 대해 "배달 앱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줬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선택지가 알고리즘이 미리 걸러낸 것들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별점 리뷰와 수수료 구조, 누가 진짜 비용을 치르는가
배달 앱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은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입니다. UGC란 플랫폼 이용자가 직접 작성한 리뷰, 사진, 평점 등의 콘텐츠를 뜻하며, 배달 앱에서는 별점과 리뷰 사진이 대표적입니다. 저도 음식이 도착하면 반사적으로 사진부터 찍게 된 지 꽤 됐습니다. '리뷰 이벤트'에 응모해야 한다는 생각이 습관처럼 붙어버린 겁니다.
이 UGC 기반의 별점 시스템이 식당 선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소비자로서는 분명 득이 됩니다. 타인의 경험을 사전에 참고할 수 있고, 사진으로 실제 음식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권력이 때로는 악용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별점 하나로 식당의 하루 매출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환불이나 추가 서비스를 요구하며 낮은 별점을 '무기'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 업계에서 이미 오래된 문제입니다.
배달 앱이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개 수수료: 앱 플랫폼에 내는 거래 중개 비용으로, 주문 금액의 일정 비율을 가져갑니다.
- 배달비: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비용으로, 자영업자가 일부 또는 전액을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 광고비: 앱 내 상단 노출을 위한 유료 광고 상품 비용으로, 지역과 카테고리에 따라 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 포장 용기비: 비대면 배달에 필수적인 일회용 포장재 비용으로, 환경 부담까지 더해집니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붙으면, 음식 한 건을 팔고도 남는 금액이 기대보다 훨씬 적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자영업자 10명 중 상당수가 배달 앱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배달 앱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는 분들도 있는 반면, "늘어난 매출보다 비용이 더 빨리 늘었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비가 올라갈 때마다 불만스럽지만, 그 배달비가 라이더와 플랫폼과 식당 사이에서 어떻게 나뉘는지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단순히 비싸다고 투덜댈 수만도 없게 됩니다. 비용이 어디서 발생하고 누가 부담하는지가 불투명한 채로 계속 가는 게 이 구조의 진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단지를 훑으며 고민하던 그 여유가 그립다기보다는, 그 시절의 단순함이 그리운 건지도 모릅니다. 배달 앱이 만들어준 편리함은 분명 실재합니다. 새벽 1시에 따뜻한 음식이 문 앞에 오는 건 10년 전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다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얇아지는 마진 위에 쌓인 것이라면, 우리가 앱을 열 때마다 한 번쯤은 그 구조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은 앱을 끄고 골목 안쪽 작은 식당 문을 직접 열어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sgunews.sogang.ac.kr/front/cmsboardview.do?siteId=sgunews&bbsConfigFK=3624&pkid=893262
서강학보 - 주제기획
[배달 기획] ① 익숙하고 편리한 배달문화의 역사 부지희 기자 2023.05.08 00:18:21 편리한 배달, 불편한 진실 ① 익숙하고 편리한 배달문화의 역사 클릭 한 번이면 먹고 싶은 음식이 문 앞으로 배
sgunews.sogang.ac.kr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종이 통장의 퇴장과 모바일 뱅킹, 번호표의 기다림을 지운 0.1초의 송금(통장 정리기, 보안 카드, 디지털 격차) (0) | 2026.04.24 |
|---|---|
| 노란색 아이콘의 습격, 카카오톡의 등장, 30원의 족쇄를 푼 문자 메시지의 종말(무료 메시지, 읽음 확인, 디지털 단식) (0) | 2026.04.23 |
| 앱스토어의 탄생과 통제된 자유의 시작(가두리 양식장, 플랫폼 생태계, 보이지 않는 통제) (0) | 2026.04.23 |
| 모바일 게임의 진화 (스네이크, 가로본능, 폼팩터) (0) | 2026.04.22 |
| 블랙베리 (쿼티 자판, 푸시 이메일, 클릭감) (0) | 2026.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