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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의 몰락과 배달 앱의 역사,냉장고 자석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알고리즘 배달 앱 10년의 역사(플랫폼 알고리즘, 전단지, 수수료 구조)

by pigkid 2026. 4. 24.

솔직히 저는 배달 앱이 이렇게까지 외식 생태계 전체를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냉장고 옆에 자석으로 붙여두던 전단지 한 장이 사라지는 게 고작이겠거니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플랫폼 알고리즘이 우리 입맛을 설계하는 시대, 우리는 정말 더 잘 먹고 있는 걸까요.

 

조선시대 최초의 배달

전단지가 사라진 자리에 알고리즘이 들어섰다

배달의민족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0년, 요기요가 뒤이어 출시된 2012년을 기점으로 국내 배달 주문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전까지의 배달 문화는 GPS(위성항법시스템)도, 실시간 결제 연동도 없이 전단지와 전화 한 통으로 굴러갔습니다. GPS란 인공위성 신호를 이용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로, 배달 앱은 이 GPS 기술을 활용해 '내 주변 음식점'을 거리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을 처음으로 구현했습니다. 아파트 현관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종이 뭉치들이 사라진 건 기술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초기 배달 앱의 경험은 솔직히 꽤 신선했습니다. 전화로 주소를 읊고, 메뉴를 더듬더듬 말하고, 현금을 준비해 두는 그 번거로움이 손가락 몇 번으로 끝나버리는 게 신기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 편리함이 너무 당연해져서, 새벽 1시에 앱을 열고 '재주문 많은 순' 필터를 거는 게 의식처럼 굳어버렸습니다.

배달 음식 시장의 성장 규모는 수치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국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약 2조 7천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는 26조 원 규모로 불어났습니다(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6년 만에 10배에 가까운 성장입니다. 이 숫자를 보면 배달 앱이 단순히 주문 수단을 바꾼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외식 산업을 만들어냈다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성장이 균등하게 나눠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달 앱 내의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건 결국 플랫폼 알고리즘입니다. 알고리즘이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플랫폼이 설계한 자동화된 순위 결정 규칙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 상단에 오르려면 광고비, 즉 '울트라콜'이나 '오픈리스트' 같은 유료 노출 상품에 지속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배달 앱 생태계에서 광고비를 감당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대형 프랜차이즈나 자본력 있는 가게들입니다. 솜씨는 좋지만 마케팅에 서툰 동네 식당은 아무리 맛있어도 화면 아래에 묻힙니다. 이런 구조에 대해 "배달 앱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줬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선택지가 알고리즘이 미리 걸러낸 것들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별점 리뷰와 수수료 구조, 누가 진짜 비용을 치르는가

배달 앱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은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입니다. UGC란 플랫폼 이용자가 직접 작성한 리뷰, 사진, 평점 등의 콘텐츠를 뜻하며, 배달 앱에서는 별점과 리뷰 사진이 대표적입니다. 저도 음식이 도착하면 반사적으로 사진부터 찍게 된 지 꽤 됐습니다. '리뷰 이벤트'에 응모해야 한다는 생각이 습관처럼 붙어버린 겁니다.

이 UGC 기반의 별점 시스템이 식당 선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소비자로서는 분명 득이 됩니다. 타인의 경험을 사전에 참고할 수 있고, 사진으로 실제 음식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권력이 때로는 악용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별점 하나로 식당의 하루 매출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환불이나 추가 서비스를 요구하며 낮은 별점을 '무기'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 업계에서 이미 오래된 문제입니다.

배달 앱이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개 수수료: 앱 플랫폼에 내는 거래 중개 비용으로, 주문 금액의 일정 비율을 가져갑니다.
  • 배달비: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비용으로, 자영업자가 일부 또는 전액을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 광고비: 앱 내 상단 노출을 위한 유료 광고 상품 비용으로, 지역과 카테고리에 따라 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 포장 용기비: 비대면 배달에 필수적인 일회용 포장재 비용으로, 환경 부담까지 더해집니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붙으면, 음식 한 건을 팔고도 남는 금액이 기대보다 훨씬 적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자영업자 10명 중 상당수가 배달 앱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배달 앱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는 분들도 있는 반면, "늘어난 매출보다 비용이 더 빨리 늘었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비가 올라갈 때마다 불만스럽지만, 그 배달비가 라이더와 플랫폼과 식당 사이에서 어떻게 나뉘는지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단순히 비싸다고 투덜댈 수만도 없게 됩니다. 비용이 어디서 발생하고 누가 부담하는지가 불투명한 채로 계속 가는 게 이 구조의 진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단지를 훑으며 고민하던 그 여유가 그립다기보다는, 그 시절의 단순함이 그리운 건지도 모릅니다. 배달 앱이 만들어준 편리함은 분명 실재합니다. 새벽 1시에 따뜻한 음식이 문 앞에 오는 건 10년 전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다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얇아지는 마진 위에 쌓인 것이라면, 우리가 앱을 열 때마다 한 번쯤은 그 구조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은 앱을 끄고 골목 안쪽 작은 식당 문을 직접 열어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sgunews.sogang.ac.kr/front/cmsboardview.do?siteId=sgunews&bbsConfigFK=3624&pkid=893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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